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줄거리를 검색하니 그냥 이렇게 나온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한다는…….
그러나 드라마를 보았다면…….
이렇게 말하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주인공 이지안은 직장상사 박동훈을 회사에서 내쫒으려는 음모에 가담한다.
그를 감시하고 뭔가 약점을 찾아내려 한다.
그녀는 빚을 갚기 위한 돈이 필요해서 그 일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훈의 순수함과 인간적인 매력을 알게 된다.
그래서 하려 했던 일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지켜주는 흑기사가 된다.
박동훈은 힘들게 살아가는 지안이를 위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려고 했지만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지안에게서 큰 도움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나이차 로맨스다, 데이트폭행이다 하는 비판을 받았다.
왜 젊은 여자와 나이 많은 남자가 엮이는 설정이냐??
여성은 왜 또 폭력과 억압의 피해자가 돼야 하는 것이냐?
드라마에서 여성을 소중한 존재로 대해 줄 수는 없나?
같은 것들이다.
여성들 불만이 많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들 충분히 이해되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라마도 안 볼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너무나 자유다.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인물은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겠지만 그런 사람들 적잖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만나지 못했을 뿐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나의 아저씨는 찾기가 어려운 걸까?
물론 정말 나쁜 어른, 나쁜 아저씨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사실은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인데도 그렇게 안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엔 어려움이 많다.
우리는 세상 눈치를 보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제약한다.
아저씨라면, 나이도 많고, 보통은 결혼도 했을 텐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에 벽을 쌓는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안주고 피해도 안 받으려 한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지도 않지만 나도 돕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나 먹고 사는 것도 피곤한데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듯 한 말과 행동은 더욱 더 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존경을 얻는 건 꿈같은 일이고 욕먹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사람이다.
(물론 좋은 어린이가 좋은 어른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나쁜 어린이가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도 아프고 슬프고 눈물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 있으면 친해지고 장난치고 싶은 마음도 똑 같다.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 남자이기 전에 사람이다.
현실에선 그 정도면 정말 너무 좋은, 괜찮은 남자다.
(물론 남편으로서는 0점이라 생각한다.)
이 드라마가 착한 어른, 착한 아저씨 콤플렉스를 만드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라는 사람이 착한 것일 뿐 나의 아저씨가 잘못 한건 없다.
무뚝뚝해 보이며 사람들과 말도 하지 않고 인사도 건네지 않는 투명인간
정규직 아닌 계약직 직원 이지안…….
그녀의 존재를 먼저 알아준 이는 직장 상사 박동훈이었다.
우리는 나를 먼저 알아봐주는 사람에게 반가움과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정말 순수한 의도를 가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보통은 그런 행동은 의심만 불러 올 텐데…….
하지만 지안은 이미 동훈이 괜찮은 아저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안이 동훈을 보며 먼저 했던 생각이 있었다면…….
이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일 것 같지 않다는
이 사람은 믿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왜 그렇게 착해 빠져서 남에게 당하고 살까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불법이지만 지안은 동훈을 항상 감시하고 도청하고 있었으니 아내 윤희보다 더 동훈을 잘 알고 있었다.
반면에 동훈은 지안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을 테니…….
왜 그렇게 내게 잘해주는 걸까…….
지안이가 놀라고 당황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난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지하철에서 동훈은 지안에게 손녀는 부양가족이 아니다
따라서 할머니의 노인요양보험은 정부에서 100% 지원해주기 때문에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는 건 무료라고 말을 해준다.
지안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녀에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녀에게 이런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녀의 삶이 덜 힘들었을 텐데…….
처음에는 동훈에게 지안은 별다른 의미 없는 그냥 비정규직 직원이었을 뿐이었다.
지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나를 무서워하고 싫어하게 될 텐데…….
박동훈은 모르니까 그렇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훈은 지안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가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손녀 가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아저씨 박동훈은 그녀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된다.
사람 좋은 그가 그녀를 모른척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어떤 오해와 편견 없이 결혼한 남자가 젊은 여성을 돕기는 매우, 아니 거의 불가능 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아저씨의, 어른으로써의 순수한 감정을 보여주려 했으니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의 아저씨는 마땅히 그래야 할 행동을 했다.
동훈은 드라마 마지막에서 혼자서 집에 멍하니 있던 그는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었나 생각하면…….
물론 사람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참았던 답답한 괴로움의 감정일수도 있고 지안에 대한 그리움일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꾸 생각나는 것은…….그게 사랑, 그리움, 외로움 때문이지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아무튼 어떤 감정이었던지 너무 참았던 감정이라서 갑자기 북받쳐서 그런 것일 것이다.
박동훈은 아슬아슬한 다리 위를 걷고 있으니 그의 마음이 편안할 리가 없었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힘들게 하고 집에 가서도 아내와는 거의 소통이 없고
인생의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산다고 할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안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어렸을 때 잃고 가난한 형편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있고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갚아야 하니…….
그녀가 웃을 일이란 찾을 수가 없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자면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둘 다 남자 또는 여자였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남자와 여자라서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스스로의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드라마의 부정적인 설정과 일상의 편견에서 좀 벗어나서 생각을 해보면…….
지안이는 자신의 나이가 3만 살이라고 한다.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오히려 힘들어 하는 나에게 연민을 갖는 것과
잘못된 나의 행동에 대해 충고를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나이를 먹어서 분명 경험도 많고 삶의 지혜가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부족한 부분이 많다.
나이를 먹어도 삶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는 나이도 성별도 떠나서 친구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고 나의 처지를 고려해서 좋아하는 내색도 못하고 그런 사람 지나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후회할 것이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만큼만 도와주고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기쁨이란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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