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만큼의 두통 어지럼증과 구토증세로 동네병원에서 대학병원까지

늦었지만 작년에 있었던 엄마의 병원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매사에 제일 나은 선택을 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해서 문제가 없게 하면 좋을 텐데

그게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후회를 하기도 하고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10월 어느 날 감기 기운이 있다는 엄마를 모시고 일요일에 병원에 가서 약을 탔다

문을 여는 곳이 소아과 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말이 끝나고 오전에 시골에 사는 엄마에게 갔는데 119 응급차가 집 앞으로 왔고 엄마는 119에 실려 지역병원으로 옮겨갔다.

 

매우 심한 어지럼증이 있어서 걸을 수 없고 구토를 계속했다.

길바닥에 쓰려져 있고 그냥 보기엔 거의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방에 살았지만, 엄마가 아프다고 할 때는 그때마다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진료를 받았는데…….

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결국, 나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나?

엄마는 저렇게 아픈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구급차를 따라서 갔다.

처음에 간 병원 응급실에서는 진통제를 주고 MRI를 찍었는데 뇌에 이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병원에서는 이비인후과를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간 곳은 단골 이비인후과였는데 그곳에 입원했다.

엄마는 여전히 어지러움과 구토증세에 시달렸다.

 

첫날은 너무 아파서 무슨 진료를 하지도 못했다.

밥이랑 약은 먹어도 토해내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비인후과 원장님이 귀쪽으로 대상포진이 침입해서 전정신경염이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항바이러스 약은 바로 처방을 해서 먹었었다.

 

그런데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써야 하는데 당뇨가 심해서 쓸 수가 없으니 내과 협진이 필요한 병원으로 옮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때는 응급을 생각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은 예약해도 밀릴 것 같아서 가까운 데 있는 병원인데 내과랑 신경과 있는 병원으로 옮기려 가보았다.

 

하지만 이비인후과는 진료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입원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신경과로 가서 입원을 하는 게 좋겠다 한다.

그래서 신경과로 갔는데 이비인후과 환자가 왜 신경과로 왔냐고 담당의가 짜증을 내고 받아주지를 않았다.

 

이러는 과정에서 치료는 더 늦어졌다.

응급실로 가면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진료 후 환자를 받아주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서 외래진료를 받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응급으로 가야 할까 생각도 했었다.

 

결국엔 엄마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새벽에 엄마를 차에 태우고 지역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런데 응급실로 가도 바로 환자를 봐주지는 않았다.

환자 가족들은 이 상황에서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하고 이해가 안 돼서 미치겠지만

 

이게 어떻게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쓰려져서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바로 안으로 데려가는 일은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것 같았다.

 

응급실 입구에서 한참을 대기하던 엄마는 결국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동생은 계속 울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좀전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응급실엔 정말 아픈 사람 1초를 다퉈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이 보였다.

생사를 다투는 응급실….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좀 전에 옆자리에서 호흡곤란을 일으키신 분은…….

지금 안 보이시는데 설마 하늘나라로 가신 것일까?

 

일요일 새벽 매우 바쁘게 돌아가는 응급실의 상황에 너무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응급실에서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고 응급실에 가도 응급이 아니라서 외래진료 받으라고 돌려보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이해되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순식간에 여러 검사를 다 때려 박아서 이유를 찾아내었다.

 

아, 이래서 대학병원이라 하는가? 괜히 대학병원을 찾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과에서 협진을 하므로 이게 가능한 것이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귀로 그리고 뇌로 침입을 했단다.

그로 인해서 안면 마비, 심한 어지럼증, 구토 증세가 발생한다고 한다.

 

일요일 새벽에 입원한 엄마는 월요일 오전부터 빠른 속도로 의식을 회복했다.

그냥 보면 크게 아프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치료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응급실 병상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그리고 치료는 이비인후과가 아니라 신경과에서 담당했다.

얼마 전에 겪었던 지방 병원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이 생각났다.

 

치료의 두 가지 핵심은 항바이러스제재, 고용량 스테로이드였다.

항바이러스는 수액을 통해서 2주 동안 투여를 했다.

그런데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데 혈당수치가 300을 넘어버려서 인슐린 주사를 맞았는데 이런 상황이 몇 번 발생하자 병원에서 인슐린 펌프를 달아줘서 내내 그걸로 혈당을 조절했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할 때는 며칠 동안 밥을 조금만 먹어도 계속 토하기만 했다.

결국엔 흰색 영양제를 수액으로 맞았다.

 

손발은 통통 붓고 얼굴은 보름달처럼 되었다.

퇴원할 때쯤엔 피부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그때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해서 간호사실에 가서 진통제를 달라고 자주 말을 했었는데….

이거 때문에 간호사들이 나를 싫어했을거라 생각한다.

 

엄마 상태를 자세히 말해주고 진통제 달라 했는데…….

자기들이 다 알고 있는데 그래서 알아서 해줄 텐데 왜 보호자가 나서서 그러느냐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아픈데 혼자만 더 아픈 척해서 귀찮고 짜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면 미안하고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또 그럴 것 같다.

대신에 다음번에는 분명하게 요청은 하지만 기분이 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할 것이다.

 

아무튼, 24시간 계속 어지럽고 구토가 나오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한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러우니 밥 먹는 거 화장실 가는 등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너무 힘드니까 삶의 의욕을 잃는다고 한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극단적인 생각이 든다고 한다.

옆에서 보면 휘청휘청하고 걷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무슨 조금 어지러운 거로 난리를 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살고 싶은 맘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석증에 걸려서 119구급차에 실려 갈 정도라면 이해가 될까.

 

환자 본인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치료과정에서 어지러움 검사도 하는데 이것도 정말 힘들다.

때론 머리를 막 흔들어 대는데 정상적인 사람이 해도 어지러울 것 같은 검사다.

 

아무튼, 2주 치료과정에서 효과는 있었다.

여전히 일상생활은 어렵지만, 극도의 어지러움과 구토증세가 완화되었다.

 

아무튼, 주요 치료는 끝나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통원치료를 하는데 신경과에서는 진통제를 내과에서는 인슐린 주사기를 처방해주었다.

 

퇴원 후에도 어지러움은 계속되었고 안면 마비도 마찬가지였다.

좋아지는 것은 맞는데 정말 조금씩 좋아지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무척이나 답답할 것 같았다.

 

같은 증세를 앓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안면 마비 치료를 위해서 안면 마비 마사지를 어지럼증 치료를 위해서는 전정 재활운동을 해오고 있다.

엄마는 이제 혼자서 지팡이 없이도 걷기도 하는데 여전히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도 한다.

 

아프지 않았던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대학병원에서 치료할 때 만났던 분들이 내가 걱정했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아파서 급히 보따리에 짐을 챙겨서 입원해서 치료하려고 응급실에 갔었단다

그런데 응급이 아니라고 거부를 당했단다.

그리고 결국은 더 아파져서 응급실에 실려 왔다고 한다.

 

결국은 더 아프니까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3차 대학병원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치료를 받는 게 훨씬 수월할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입원 준비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입원이 안 될지도 모르는 데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지런히 병원을 찾아다니며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걸 좀 더 쉽게 하려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방문하면 된다.

 

혼자서는 알아내기 힘든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찾아낼 수 있다.

다들 죽지 않고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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